[기록]마감 외 일상견문록: 『서관전기』단편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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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마감 외 일상견문록: 『서관전기』단편 모음

21 은둔자HERMIT
3 1,346 2020.10.24 20:52

(대략) 2017년부터 '그'시국이 터진 2020년 현재까지 픽셀을 하나만 보고 달려온 사람입니다. (다행히 시국임에도 밥 빌어먹고 살 정도로 잘 살고 있습니다.)

오늘은 마우스를 잡았는데 작업을 하려고 했다하면 자꾸 호출하시는터라 집중도 안되고 아이디어도 고갈되어 잠시 의자에 등을 기대어 누워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여태것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이 몇가지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 짧게 적어보려고 합니다.(*사실 N포스트에도 적어놨습니다만)

읽어보시는것도 피드백 주시는것도 자유이지만, 기왕이면 '이곳에서만' 자유롭게 가십거리로 사용해주셨으면 합니다. 

참고로 재미의 여부는 제 필력이 멍냥판+문과임에도 책을 읽지 않은 관계로 높은 확률로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머릿말] 『서관전기』 "본론으로 들어가기 앞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1. 2017년 당시 저의 작업환경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물건 놓는 바닥이 유리로 된 나무선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유리단에 휴대폰 후래쉬를 올리고, 가장 아래 나무단에 그리드지를 넣고 작업하였습니다.

 거북목 증후군 및 허리가 굽어진 원인의 단초가 됩니다. (*지금은 개선되었습니다. 허리와 목만 빼고)

 

-집안 분위기가 아재로스 뺨치는 수준이였습니다. 정말 일상이 치고박고 싸우고 문을 쾅쾅 등(*이때 PTSD가 생겨 문닫는 소리에 민감해졌고 만성화됩니다)

 과제에 집중하기 힘든 환경이였습니다. 따라서 유일한 자산인 S사 랩톱을 들고 돌아다녔습니다. (현재 S사 랩톱은 은퇴 후 요양중)

 

-마침 자택주변에서 약 20분 거리의 대도서관(*'그'분이 아닙니다^^)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픽셀을 비롯한 모든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도서관은 대충 가운데에 프론트 역할을 하는 로비와 양측에 각각 A동/B동으로 구성된 건물이 붙어있는 구조입니다.

 주무대가 되는 곳은 다리를 건너는 경로를 기준으로 2F 열람실 입니다.

 테이블 좌석에 콘센트가 설치되어 전자기기를 사용하기 좋았고 Free와이파이까지 있습니다.(*최근 다녀왔는데 그대로입니다 사람만 빼고)

 (당시 기준으로)작업환경이 집안보다 훨씬 나았기에 마감 시간인 9시 50분까지 작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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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서관전기』 1장 "우산도깨비"

그당시에는 날씨에 상관없이 시민분들께서 도서관을 많이 이용하셨습니다. 연령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말이죠. 사람들의 출입에 이에 따라 가끔씩 부산스러운 인기척이 고요한 도서관의 침묵에 섞여 함께 맴돌곤 하였죠. 시험기간이였던 때에는 친구들과 함께 가방과 교과서를 끌어안고 키득거리며 웃던 학생분들, 적막함을 목소리로 가르며 침묵에 잠긴 도서관을 힘차게 몸으로 가르던 어린이 시민분을 잡으려 식은땀 흘리시던 보호자분의 달음박질 소리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그것 외에도 제 기억에 남은 소리가 하나 있습니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장우산에 우산비닐을 씌었던 기억을 봐선 비가 왔던 날이였던건 확실합니다.

그 때에 도서관은 이미 방문자 및 이용중인 시민분들로 자리가 제법 차있었고, 빠르게 빈 자리를 찾아 앉은 다음 마감을 시작했습니다. 현재와 마찬가지로 귀에 이어폰을 착용하여 YOUTUBE를 들으며 작업하였고, 대략 8시 정도까지 시간이 지나게 됩니다. 이때 즈음이면 피로감과 함께 드믄드믄 빈자리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됩니다. 빨갛게 상기된 귀에서 이어폰을 뽑고 잠시 기지개를 키며 쉬고 있었는데, 제 등 뒤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스윽- 스윽- 슥->

 

,하고..

들었을 때 등산복을 빨래라도 하는 소리같았습니다.

궁금하지도 않았고 그정도의 가벼운 소음은 익숙해져있었기에 다시 이어폰을 귀에 꽂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이상했습니다.

 

<툭- 스윽- 툭- 스윽->

 

이런 소리와 함께 바닥에서 가볍게 울림이 느껴지는 겁니다. 하는 수 없이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어르신 한 분이 보이셨습니다. 정확히 제가 등을 돌리면 정면으로 마주보는 위치에 계셨습니다. 평범했습니다. 다만, 어르신께서 우산비닐에 씌인 접이식 우산을 들고 바닥을 툭! 툭! 찍으시면서 토끼뜀을 뛰고 계시는걸 제외한다면 말입니다.

상황을 확인하고 정리해보니 <스윽>소리는 우산 비닐이 바닥에 쓸리는 소리, <툭>은 우산을 바닥에 찍을때 나는 소리, 그리고 바닥 울림은 토끼뜀으로 인한 것이라는 해답이 나왔습니다. 심지어 꽤 한참동안 하고 계셨던건지 주위 분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몰려있었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때 행동이 꼭 바닥에 방망이질을 하는 도깨비같으셨는데, 지금에서야 "왜 (도서관에서) 그런 행동을 하고 계셨을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참고: 도서관 방문자분들 중에는 공원이나 주변에 노숙하고 계시는 노쇠하신 분들도 간혹 방문하시곤 하십니다. 그래서 도서관 의자에 앉아 주무시거나 신문을 보시며 시간을 보내시기도 하셨습니다.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이라 대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본문]『서관전기』 2장 "화둔술"

이날이 정말로, 절대로 잊지 못할 사건이 벌어지게 될지 꿈에도 몰랐습니다.

초겨울 정도에 꽤 춥고 어두운 날이였습니다.

뒤늦게 마감을 끝낸 다음 피로한 몸을 풀며 집으로 돌아갈 타이밍을 잡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앉아있던 좌석에 바로 옆에는 큰 창문이 있어 공원과 연결된 산책로와 발전기로 보이는 기계설비가 있는 플랫폼이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피로를 풀기 위해 창밖을 내보던 제 눈에 10대로 보이는 두 명의 사람이 보였습니다. 호기심에 주욱 살펴보니 뭔가 책자같은걸 펄럭거리며 서로 떠들며 손에서 연기를 피우는것처럼 보였습니다(=담배). 이때까진 괜찮았습니다. 한순간 둘이 뭔가 이야기 하더니 한 명이 더 끼어듭니다. 그러더니 셋이서 둘러쌓더니 불장난(?) 비슷한걸 하기 시작합니다. 위험할 것 같아서 이야기할까 하다가 도서관쪽 창문에 목격자가 있음을 확인한건지 행동을 멈추고 천천히 사라졌습니다. 바닥에 불쏘시게로 썼던 것들을 그대로 놔두고. 이를 가볍게 물며 다시 컴퓨터에 시선을 두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창밖으로 신경이 쏠립니다. 그런데 그 이유를 곧 알게 됩니다. 그당시의 날씨는 춥고 건조한 상황에 추가로 바람까지 꽤 불었던 터라 분명히 꺼졌어야할 불씨가 다시 후욱!하고 타오르기 시작한겁니다. 그상태에서 치솟는 불길을 확인한 직후 즉시 기립하여 사서분을 붙잡았습니다. 긴장한 사서분 표정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모든 상황과 목격했던 이야기를 비롯하여 치솟는 불까지 전부 보고하였습니다.

사서님은 처음에 "이 분이 이런 성격은 아니신데 왜이러시지?" 이러시다가 창밖 풍경을 한 번 보시더니 "어머."라고 하신 다음 바로 경비실에 전화를 넣으셨습니다. 검은 창밖 배경이 서서히 빨간맛이 되어갈 때 즈음 소화기인지 뭔가를 가져오신 경비 한분이 오셔서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하셨습니다. 더이상 불씨조차 남기지 않으셨습니다. 그을음이 남았지만 그것만으로도 감사했었던 이야기였습니다.

정말 매번 상기할 때마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이야기입니다.


[본문]『서관전기』 3장 "아프다, 아프다, 아파 죽겠다.." (*공포썰에 가깝습니다, 아마도(?))

앞서 설명했다싶히 이 곳, 도서관에는 꽤 많은 시민분들이 이용하고 계십니다. 성별, 연령 불문하고 말입니다. 특히나 아동과 함께 방문하시는 보호자분들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시기도 합니다. 그 연령대 역시 다양하여 울음소리부터 옹알이, 소리 있는 아우성, 뜀박질 소리로 도서관의 잠적을 부수며 사서 선생님분들의 긴장을 자아내기도 했었는데, 한두번도 아닌터라 다행히 시민분들께서는 익숙하신듯 할일에 집중하시는 분위기로 물흐르듯 넘어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넘어갈 수 없었던 한 사례를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당시는 낮이였습니다. 이때 도서관 이용객분들이 많아 저는 한참을 열람실 내부를 카이팅하고서야 간신히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더위와 피곤함에 쩔어 랩톱을 밍기적거리며 설치한 후 포트폴리오 작업을 진행했던걸로 기억합니다. 마찬가지로 YOUTUBE를 들으면서 작업하였습니다. 잠깐 졸음이 몰려와서 비척거리던 와중에 이어폰을 뚫고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가 #$@% 먹으러 갈까?">

 

대화가 완전히 들리지 않았지만, 대충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이러했습니다.

(1)방문객은 아이와 아이의 보호자

(2)아이가 어떤 이유로 칭얼거리기 시작했고 이를 달래기 위해 협상중

위에 내용을 토대로 아동과 보호자에 대한 상황을 신경쓰지 않는 환경이기에 저는 유투브 볼륨을 조금 높이고 다시 작업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가야!!">

 

,라는 보호자(로 추측되는 사람)의 우렁찬 목소리가 귀를 뚫고 들어왔습니다. 결국 이어폰을 빼고 화면이 아닌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한 시민분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이 분은 아니구나.)"라고 생각하며 다시 랩톱으로 눈을 향하려는데, 앞에 계시던 시민분께서 바로 제 옆쪽으로 시선을 돌리는게 보였습니다. 마치,

"저 쪽을 봐라."는 듯이.

그래서 이어폰을 꽂으려다 관두고 시선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같은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던 시민분들 끝에는 평범하게 생기신 주부님이 계셨습니다. 저는 다시 시선이 마주쳤던 시민분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겁니다.

갑자기 앉아있던 시민분들이 자리에서 차례차례 일어나셨는데, 한순간에 저와 시선이 마주쳤던 시민분, 그 밖에 플랫폼에서 이용중이건 시민분들을 제외하고 전부 나가버리시는겁니다. 심지어는 그 주부님의 입에서,

 

<"아가야..!">

 

,라는 비명같은 목소리가 터져나왔습니다. 한순간의 정적, 그 순간에 숨이 막히는 소름이 서서히 돋아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직후, 그 분은 양팔을 x자로 교차해 춥다는듯 자신의 몸을 끌어안으며 사시나무 떨듯이 떨기 시작하셨습니다.

심지어 팔로 자기 어깨를 마구 두들기면서,

 

<"아프다, 아프다, 아파 죽겠다.. 아프다.. 아프다.. 아파죽겠다..">

 

라고 중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점점 팔을 빠르고 세게 두드리시기까지..

결국 시선이 마주쳤던 시민분을 비롯 거의 모든 이용객분들께서 자리를 뜨고 나서야 저도 조심스럽게 자리를 뜨고 말았습니다.

당일 짱친 녀석에게 위 상황을 보고했는데, 녀석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혹시 블루투스로 통화하고 있던건 아닐까?"라고.

확신을 절때 하지 않는 저는 그날 만큼 확실하게, "아니."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럴수 밖에 없는게,

 

어느 부모가 자신의 자식과 대화를 하고 있는데, 아이가 다 들리게 "아파 죽겠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니, 애초에..

 

그렇게 말하는게 저에게는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저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였습니다.

 

====================================================================================================

 

이렇게 픽셀 입문 초기 때 도서관에서 일어났었던 수많은 이야기들 중 일부를 적어보았습니다.

이외에도 가끔씩 픽셀외에 이야기가 떠오르는 족족 메모장에 남겨두었다가 이렇게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이런식으로 이용하는게 맞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라면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여기까지 <[기록]마감 외 일상견문록: 『서관전기』단편 모음>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P.S.참고로 배경은 실제 배경이며, 사건 역시 실제로 발생했던 이야기입니다. 다만, 장소를 특정지어 언급하는 일은 피해주셨으면 합니다

    다만 인물의 성별이나 연령등의 자세한 인적사항은 불분명하게 표기하는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하여 그렇게 표기하였습니다

    불편한 내용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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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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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대도서관에서는 그런일들이 일어나는군요.......특히 마지막썰은 너무 무섭네요........ㅠㅠ....화장실 어케가지.....

Comments

BEST 2 20 겜네임 2020.10.25 00:30
와....대도서관에서는 그런일들이 일어나는군요.......특히 마지막썰은 너무 무섭네요........ㅠㅠ....화장실 어케가지.....
21 은둔자HERMIT
2020.10.25 12:46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날 다리를 건너다가 고양이랑 눈이 마주쳤는데, 저를 한참 빤히 쳐다보는데 뭔가 느낌이 평소랑 조금 달랐던것 같아요. 보통은 "ㅇㅇ, 닝겐 어서오고."였다면 그때는 "흐음.."이런 느낌이였던게 기억납니다.
화장실은 집 불 다 켜고 다녀오세요..
BEST 1 20 겜네임 2020.10.25 12:53
히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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